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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05 19:45:30
Name 압도수
Subject [일반] 모션 캡처에 대한 짤막한 이해 - 下
무언가 정보전달하는 글쓴다는게 쉬운게 아니네요. 나름대로는 지금 영화산업의 핵심기술중 하나인 모캡 기술에 대해서 쉽게 써보려고 했는데 좀 너무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으시기에는 한계가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 다루려고 했던 모캡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후반작업에 대한 이야기는 대폭 줄이고, 모션 캡쳐의 장단점 및 앞으로 나아갈 방향 정도로 정리를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모션 캡쳐는 왜 하나요?

당연히 모션 캡쳐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캐릭터의 동작을 보다 손쉽게 만들어내기 위함입니다. 모션 캡쳐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가장 대표적인 모션 제작방식인 키프레이밍 방식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지금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모션을 제작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모션 캡쳐가 아니라 키프레이밍 방식입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키프레이밍은 2D 셀애니메이션에서 그림을 한 장 한 장 그리는 것과 매우 유사한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2D 셀애니메이션을 예로 들면,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면 1초에 24장의 그림이 필요한데, 경력많고 실력있는 작가들은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키 포즈(Key-pose, 우리말로는 ‘원화’ 라고 합니다) 를 그리고, 어시스턴트들이 그 키 포즈 사이에 있는 인비트윈(Inbetween,  우리말로는 ‘동화’ 라고 하죠) 를 그리죠.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에서는 애니메이터가 이 키 포즈들을 만들어주면, 그 사이의 인비트윈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합니다. (그렇다고 무슨 마술같은 일이 벌어지는건 아니고 그냥 대충 선형적으로 보충합니다.)

그런데 키프레이밍은 정말 어렵고 고되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직접 사람의 표정이나 동작을 디지털 캐릭터에 옮겨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었고, 그 결과로 활용되는 것이 모션 캡쳐 기술이지요.


정말 모션 캡쳐 기술은 키프레이밍보다 효율적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모션 캡쳐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노이즈라던지 원하지 않는 동작 등등 애니메이터가 이리저리 수정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어쩌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려서 차라리 키프레이밍으로 작업하겠다!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충분한 노하우가 바탕이 된다면, 분명히 모션 캡쳐는 키프레이밍보다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굳이 대규모 헐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자본을 들여가며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할 이유가 없지요. 기본적인 모션이 주어지는 것과, 아예 맨땅에서 모션을 만들어 내는 것은 노동량의 차이가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모션 캡쳐는 배우의 ‘연기’ 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애니메이터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지 모션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독특한 감정,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연기력을 영혼 없는 디지털 캐릭터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모션 캡쳐를 활용하면 배우의 ‘연기력’ 을 디지털 캐릭터에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특히 페이셜 애니메이션에서 이러한 장점은 더욱 크게 부각됩니다. 혹성 탈출이 끝난 다음 크레딧의 가장 위에 주연인 ‘시저’ 의 모캡 액터였던 앤디 서키스가 올라왔다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 모션 캡쳐로 다 만들면 안되나요?

모션 캡쳐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키프레이밍은 사람의 모션을 캡쳐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움직임, 즉 과장되고 아주 스타일리쉬한 모션은 만들어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특성상 팔다리도 쭉쭉 늘어나고 타이밍도 과장된 모션이 많이 필요한데 모션 캡쳐에서는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지요.
또, 사람과 아주 다르게 생긴 캐릭터에 대해서는 동작을 옮겨주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매우 위험한 장면의 경우(자동차에 치인다던지, 높은 건물에서 떨어져 구른다던지) 하는 장면의 경우에는 모션 캡쳐로는 만들어 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요.
또 모션 캡쳐를 다양한 여러 명의 캐릭터에 옮겨줄 때, 대상이 되는 캐릭터의 연령, 성별, 성격에 따라서 모션이 다를 텐데 항상 똑같은 모션으로만 옮겨진다는 단점이 있지요.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아직까지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나 드림웤스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기술로 키프레이밍 기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션 캡쳐를 애니메이션 제작 파이프라인에 포함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모션 캡쳐는 앞으로 어떻게 발달할 수 있나요?

거추장스러운 모캡 슈트와 마커는 여전히 모션 캡쳐 기술에 있어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현재 해외 유명 스튜디오에서는 자체 리서치팀에서 이미지 기반 모션 캡쳐 기술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적외선 카메라가 아닌 기존의 이미지 촬영용 카메라만을 가지고 모션을 생성해 내는 것이죠.

또한 위에서 언급드렸던 모션 캡쳐의 한계들, 즉 사람과 아주 다른 캐릭터에 대해서 모션을 옮겨주는 일, 좀더 스타일있는 모션을 옮겨주는 일 등 다양한 연구과제가 있고 지금도 많은 기관에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모션 캡쳐에 대한 글을 정리할까 합니다!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댓글로 질문 주시고요, 다음에는 3D 콘텐츠 제작 파이프라인에 대해서 간략하게 한번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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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05 23:33
수정 아이콘
다음 3d는 입체3d인가요 아니면 cgi인가요 크크 기대됩니다, 좋은글 또한 잘 읽었습니다.
LingTone
14/08/06 01:0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특정 동작을 모션 캡처하고 그것을 이리저리 변형해서 새로운 동작으로 만들어낸다거나...뭐 이런 건 안되나요?
압도수
14/08/06 06:01
수정 아이콘
좋은 연구주제고 많은 관련논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현업에서 사용되기에는 검증이 좀더 필요한 기술인것 같네요.
연필깎이
14/08/06 01:4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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